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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전거가 보여준 조용한 신뢰의 사회, 소유와 공유의 경계에서

낡은 자전거가 보여준 조용한 신뢰의 사회, 소유와 공유의 경계에서

도시 생활은 대개 결핍의 감각 위에 세워진다. 더 많은 자물쇠, 더 두꺼운 문, 더 정교한 인증 절차. 현대의 아파트 단지는 서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정작 서로를 믿을 이유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낡은 자전거 한 대가 보여주는 풍경은 의외로 낯설다. 누군가 훔쳐 갈 만큼 값나가는 물건도 아니고, 주인이 잃어버려도 크게 상심하지 않을 정도의 물건. 그런데 바로 그 하찮음 덕분에, 그 자전거는 어느 순간 사유재산과 공공재 사이의 기묘한 경계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주인은 자전거를 잠그지 않았다. 방심이라기보다 무관심에 가까웠다. 없어도 큰일 나지 않는 물건, 누가 가져가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러자 예상 가능한 일이 벌어졌다. 자전거는 사라졌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자전거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늘 있던 자리에 가지런히. 한 번의 해프닝이었다면 우연이라 할 수 있었겠지만, 안장의 높이가 달라지고, 바람 빠진 타이어가 다음 날 다시 채워져 있는 장면은 다른 이야기를 암시한다. 이 자전거는 도난당한 것이 아니라, 묵시적으로 공유되고 있었던 셈이다.

사회학은 이런 현상을 오래전부터 설명하려 애써 왔다. 마르셀 모스는 교환의 핵심이 가격이 아니라 관계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물건만 주고받지 않는다. 호의, 의무, 체면, 암묵적 약속을 함께 주고받는다. 누군가의 자전거를 잠시 타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행위는 법적으로는 애매하고 도덕적으로도 완전히 결백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행동에는 묘한 자제가 들어 있다. 가져간 사람은 완전히 훔치지 않았고, 돌려놓는 수고를 들였으며, 때로는 타이어에 바람까지 넣어 두었다. 익명의 편의가 익명의 보답을 낳은 것이다.

이런 장면은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이 탐구한 공유 자원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공동체는 언제나 중앙의 통제나 사적 소유권의 철벽 없이도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자원을 관리해 왔다. 물론 여기에는 명문화된 규칙도, 회의도, 합의문도 없다. 대신 더 미세한 질서가 작동한다. 쓰되 망가뜨리지 말 것, 빌리되 돌려놓을 것, 심하게 탐내지 말 것. 이 질서는 CCTV보다 약하고, 법률보다 흐릿하다. 그런데도 어떤 경우에는 놀랍도록 오래 지속된다. 신뢰가 높아서라기보다, 모두가 그 물건의 사소한 가치와 공동의 편익을 직감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낡은 자전거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까닭은 인간에 대한 낙관을 강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도덕성이 얼마나 비공식적이고, 상황적이며, 사소한 사물들을 매개로 형성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대한 원칙 앞에서는 쉽게 냉소적이지만, 생활의 작은 편의 앞에서는 의외로 협조적일 수 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자전거를 타고 다녀온 뒤 원래 자리에 세워 두는 행위에는 최소한의 양심과 공동체 감각이 스며 있다. 그것은 영웅적 시민정신이 아니라, 생활의 매너에 가깝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이 이야기는 또한 소유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법적으로 내 것인 물건이 실제로는 여러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여러 사람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가 개인의 것이고 어디부터가 공동의 것인가. 도시인은 대개 자기 물건을 지키는 일에 익숙하지만, 때때로 어떤 물건은 닫힌 소유보다 느슨한 사용 속에서 더 생생한 사회적 기능을 얻는다. 낡은 자전거는 그래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이름 없는 이웃들 사이를 순환하는 작은 신뢰의 장치가 된다.

거대한 사회를 믿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이런 사소한 사례는 오래 남는다. 사람을 믿으라는 교훈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남의 것을 잠시 빌리고, 생각보다 드물게 완전히 가져가며, 때로는 예상 밖으로 잘 돌려놓는다. 공동체는 대개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대단치 않은 물건 하나를 여러 사람이 조용히 쓰고, 아무도 합의서를 쓰지 않았는데도 대체로 선을 넘지 않는 순간, 공동체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Citations:
Encyclopaedia Britannica, “Gift exchange”; Encyclopaedia Britannica, “Generalized exchange”; Encyclopaedia Britannica, “Social capital”; Nobel Prize resources on Elinor Ostrom.